티스토리 뷰
목차
드라마 한 편을 보고도
장면보다 음악이 먼저 떠오를 때가 있어요.
특히 마음이 유독 흔들렸던 장면이라면
그 순간 흘렀던 OST는
오래도록 기억에 남게 되죠.
‘폭싹 속았수다’는 그런 작품이에요.
조용한 대사, 섬세한 표정, 절제된 연기 위에
음악이 살며시 얹히면서
감정을 더 깊이, 더 멀리 데려다주는 드라마.
그냥 음악이 아니라, 감정을 함께 만든 멜로디들이었어요
이 드라마를 다 보고 나서
OST만 따로 들어봤거든요.
근데 그 음악을 듣는 순간
장면이 떠오르더라고요.
애순이 홀로 앉아 있던 바닷가,
관식이 말없이 따라오던 골목길,
두 사람이 말하지 못한 채 마주 보던 순간.
그 모든 장면이
음악과 함께 머릿속에 다시 재생됐어요.
이게 단순히 예쁜 멜로디여서가 아니라,
그 장면의 감정이 음악 속에 그대로 담겨 있었기 때문이에요.
기억에 남는 노래, 떠오르는 감정
특히 마음에 오래 남은 곡들이 있어요.
🎵 1. 아이유 – <혼잣말>
애순이라는 캐릭터를 가장 잘 표현한 노래예요.
가사가 없거나 잔잔한 피아노로만 흘러가다가
어느 순간 아이유의 목소리가 조용히 터져 나오는데,
그 순간, 울컥해요.
혼자 견디던 시간,
말하지 못하고 삼켰던 감정들.
그게 음악으로 고스란히 흘러나오는 기분이었어요.
특히 애순이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
자신을 미워하는 장면,
그때 이 곡이 흘렀어요.
잔잔한데, 너무 아파요.
🎵 2. 김필 – <바람 같은 너>
이건 관식의 감정을 대변하는 곡이라고 느꼈어요.
항상 곁에 있지만,
절대 다가가지 못하는 사람.
그래서 바람처럼 머물다가,
조용히 사라지는 감정.
관식이 애순에게 전하지 못했던 마음이
이 노래에서 들렸어요.
특히 관식이 먼발치에서 애순을 바라보다
돌아서는 장면.
그때 이 음악이 나왔는데,
정말 눈물이 났어요.
소리 없이 아픈 감정,
그걸 가장 잘 보여준 음악이에요.
🎵 3. 선우정아 – <오래된 하루>
드라마 후반부로 갈수록 감정의 농도가 깊어지는데,
그때 이 곡이 나와요.
애순이 과거의 편지를 다시 읽는 장면,
관식이 늦은 밤 창밖을 바라보는 장면.
그 모든 시간들이
정말 오래된 하루처럼 느껴졌어요.
선우정아 특유의 음색이
감정을 짙게 물들게 하죠.
멜로디 하나하나가
인물의 회한을 닮았어요.
장면과 함께 흘러야만 완성되는 음악들
이 드라마는
음악이 먼저 튀어나오는 법이 없어요.
조용히 기다리다가,
감정이 차오를 때
살며시 배경으로 스며들어요.
그래서 더 기억에 남아요.
특히 감정이 극적으로 터지기 전,
혹은 말 대신 침묵으로 채워진 순간에
음악이 흐르기 시작해요.
그 방식이 정말 좋았어요.
**‘음악이 감정을 표현하는 게 아니라,
그 감정을 기다리는 역할을 한다’**는 말이
딱 이 드라마를 위한 말 같았어요.
음악감독의 철학, 그 조율이 만든 완성도
‘폭싹 속았수다’의 음악감독은
<나의 아저씨>에서도 음악 연출을 맡았던
이상훈 감독이에요.
이번에도 역시,
'절제된 감정, 여백의 미'
그걸 음악으로 너무 잘 살려줬어요.
특히 좋았던 건
캐릭터별 테마를 따로 설계했다는 점.
같은 멜로디라도
애순이 혼자일 때는 피아노 위주로,
관식과 함께 있을 땐 스트링이 들어가고.
그 디테일이 정말 놀라웠어요.
감정이 말을 타고 가는 게 아니라,
음악이라는 작은 배를 타고
조용히 흘러가는 느낌.
사운드트랙이 끝나도, 마음은 계속 음악 속에 있었어요
요즘도 종종
드라마 OST를 플레이리스트에 넣고 들어요.
아무것도 하지 않고
창밖을 바라보는 날,
그 노래들이 흘러나오면
애순이 떠오르고,
관식이 떠오르고,
그리고 나도 내 감정을 조금씩 꺼내게 돼요.
이게 진짜 OST의 힘이 아닐까요?
감성을 다시 꺼내보고 싶다면
‘폭싹 속았수다’는
그 자체로도 충분히 감동적인 드라마지만,
OST 덕분에
그 감정들이 더 오래 남았던 것 같아요.
만약 그 장면들이 아직 마음에 남아 있다면,
혹은
그 감정을 다시 느끼고 싶다면,
OST 앨범을 한 번 들어보세요.
그 안에
당신이 흘렸던 눈물,
미처 말하지 못했던 감정,
그리고 조용히 마음에 남았던 대사들이
멜로디로 살아 있어요.